[칼럼] 나영무 박사의 '말기 암 극복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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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별히 공들인 미니운동…암환자 근육 단련은 달라야 한다
지난해 말 50대 여성 환자분이 진료실에 왔다.
수척하고 피곤한 얼굴에 걸음걸이도 힘겨워 보였다.
그녀는 “허리와 무릎도 아픈데 대장암 3기로 수술까지 받아 몸에 힘이 없고 무기력하다”고 호소했다.
그녀를 진료하면서 동병상련의 감정이 나를 지배했다.
내가 가진 의술과 대장암 투병경험을 통해 그녀에게 작은 희망을 주고 싶었다.
그녀의 증상은 암이 주는 피로감과 체력저하로 인한 근감소증에서 비롯됐다. 그녀의 근감소증 수치를 측정해 보니 3.6이었다.
근감소증 수치는 체성분 분석을 통해 팔과 다리의 근육량을 측정해 모두 더한 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남자의 경우 7.0, 여자의 경우 5.4 이하이면 근감소증으로 판단한다.
나는 그녀에게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어요. 의지만 강하면 얼마든지 암을 이겨낼 수 있다”고 용기를 준 뒤 근육 운동을 권했다.
현재 그녀의 근감소증 수치는 5.0으로 올라와 정상을 향해 차근차근 나가고 있다. 근육 운동이 가져온 의미있는 변화다.
일반적으로 근육 운동하면 아령을 들고, 벤치프레스를 하고, 런닝 머신을 뛰고, 초콜릿 복근 등 겉에 보이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암 환자의 근육 운동 방법은 달라야 한다.
암환자는 누워있는 생활에 익숙하다.
피로감과 무기력감 때문이라고 하지만 진짜 이유는 항암 등으로 인해 서 있는 것 자체가 힘들고, 균형잡는 것도 어려워 많이 걷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다.
암환자의 근육 운동은 몸을 서 있게 하고, 버티는 힘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춰야 하기에 단련하는 순서가 중요하다
척추와 복부, 골반 부위 등 몸의 중심축인 코어 근육을 튼튼히 하는 것이 가장 먼저다.
힘의 원천으로 통하는 코어 근육은 ▶배를 둘러싸고 있는 복횡근 ▶척추 뒤쪽에서 마디마디를 이어주는 다열근 ▶골반을 안정시키는 골반 하부 근육 ▶폐의 기능과 복압을 유지하는 횡격막 등 4가지다.
뼈와 관절을 지탱하는 몸속 작은 근육들을 단련하면 몸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이 잡힌 몸통에서 큰 힘을 낼 수 있다.
또한 몸통이 든든한 지지대(축이 흔들리지 않음)가 되기에 팔다리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내가 꾸준히 했던 코어 근육 운동은 드로우 인, 플랭크, 브릿지 익스텐션 등이다. 〈그래픽〉
아울러 근감소, 말초신경 이상으로 이한 균형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발로 서서 버티기 등 균형잡기 운동도 해주어야 한다.
두 번째는 엉덩이 근육이다. 엉덩이 관절 또는 고관절은 골반 뼈가 얹혀 있고, 양쪽 다리의 대퇴골과 연결돼 있다.
고관절과 골반 부위에는 근육과 힘줄들이 많다.
허리에서 오는 근육, 다리에서 오는 근육, 복부에서 오는 근육들이 엉덩이와 골반에 붙는다. 이 근육들은 힘줄의 형태로 뼈에 가서 붙는다.
척추의 힘이 골반을 거쳐 고관절, 다리로 전달되는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걷거나 뛸 수 있는 것은 고관절의 움직임이 전후좌우로 일어나고, 엉덩이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걷는데 가장 중요한 근육으로 꼽히는 이유다.
엉덩이 근육이 강하면 움직임이 훨씬 가볍고 편하다.
나는 체중이 한쪽 엉덩이 쪽으로 쏠리지 않고 골고루 분산되도록 올바른 자세에 신경쓰면서 다리들기 등 엉덩이 근육강화 운동과 골반 회전운동 등을 꾸준히 했다.
세 번째는 상체를 받치고 하체에 힘을 전달하는 허벅지 근육이다.
허벅지는 운동을 하는데 있어 주춧돌과도 같다.
허벅지 앞쪽 근육은 대퇴사두근, 뒤쪽 근육은 햄스트링근으로 불리는데 몸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큰 근육이다.
특히 허벅지는 몸의 에너지 저장고이자 신체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허리를 보호하고, 골반을 지지하기 때문에 허벅지가 튼튼해야 몸이 서고, 걷는 데 불편이 없다.
걷는데 두 번째로 중요한 근육인 허벅지는 무릎 관절을 보호해 주는 역할도 한다. 이 근육이 강하면 오래 서 있어도 피곤을 느끼지 않는다.
허벅지 근육 효과를 확실하게 본 선수는 ‘빙속여제’로 불렸던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상화 선수다.
그녀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 이후 무릎에 물이 차고 활막 일부가 두꺼운 벽을 형성하는 추벽증후군에 시달렸다.
하지만 두껍고 강한 허벅지 근육이 무릎을 지탱하고 충격을 흡수해 빙판을 질주할 수 있게 했다.
나 역시 항암치료 기간에 허벅지 근육 강화에 각별하게 공을 들였다.
허벅지에 대한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면서 허벅지 근육 동시수축운동, 미니스쿼트 운동 등으로 근육을 관리했다.
네 번째는 종아리 근육이다. 종아리는 지방이 적고 근육도 풍부해 ‘근육의 보물창고’로 불린다.
종아리 근육은 발을 움직여주고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의 체중을 다 지탱하는 근육이어서 중요하다.
또한 우리 몸의 혈액순환에도 크게 기여하는데 이 근육이 수축할 때 최대 혈액순환이 50배까지 증가한다.
발뒤꿈치 뼈에 가서 붙는 종아리 근육은 세 개의 근육으로 구성돼 있다. 바깥쪽 좌우로 두 개, 안쪽에 한 개가 있다.
나는 마사지를 통해 종아리 근육이 뭉치고 뻣뻣해지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종아리 늘이기, 서서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리기, 발뒤꿈치 살짝 들고 한발로 30초 이상 서있기 등을 수시로 했다.
마지막은 어깨 근육이다. 어깨는 팔을 움직이는 축으로 인체 기관 중에서 관절의 운동 범위가 가장 크다. 특히 360도 회전이 가능한 유일한 부위다.
어깨가 아프면 움직임이 줄어들고, 활동량 감소로 어깨를 굳게 만들기에 근육 강화 운동이 필수다.
무엇보다 어깨를 움직이는 하나의 축인 날개뼈 관리가 중요하다.
날개뼈는 몸통에 붙어 있고, 어깨관절은 날개뼈에 붙어 있는데 날개뼈가 흔들리면 어깨와 팔도 흔들리게 된다.
나는 날개뼈가 몸통에 잘 붙어 있도록 날개뼈 앞으로 밀기 운동과 날개뼈 뒤로 당기기 운동, 벽에서 푸쉬업 운동으로 근육에 힘을 붙여나갔다.
거듭 강조하지만 암환자 근육 운동의 1차 목표는 넘어지지 않고 바르게 선 뒤 걷기 위한 것이다. 그래야 자신있게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균형운동과 더불어 코어-엉덩이-허벅지-종아리-어깨 및 날개뼈 근육 순서를 상기하면서 자신의 상태에 맞는 운동 강도로 꾸준히 한다면 몸에 찾아오는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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