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영무 박사의 '말기 암 극복기'(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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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이긴 '박세리 주치의'…암재활, 운동 정말 중요해요
내 진료실에 암 환자분이 다녀가고 나면 잔상이 남는다.
항암의 고통, 암 환자로서 견뎌야 하는 삶의 무게 등이 전해져서다.
남의 일 같지 않고 무언가 해드려야 한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어제는 암으로 수술 받은 환자가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찾아왔다.
혹시 척추로 암세포가 전이돼 아픈 것은 아닌지 불안해 하는 모습이었다.
전이와 재발의 공포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일단 환자의 마음을 안정시킨 뒤 서둘러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었다.
판독까지 30여분 걸렸지만 그 환자에게는 굉장히 길고도 초조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다행이 전이는 발견되지 않았고, 개복 수술 후유증의 하나인 근육통이 주된 원인이었다. 수술을 받고 나면 자세가 앞으로 숙여져 구부정하여 주변 근육이 늘어나고 긴장되면서 통증을 일으킨 것이다.
그 환자는 “전이되지 않았다”는 내 말을 듣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표정이 밝아졌다.
앞으로도 ‘맑음과 흐림’ 사이를 자주 오가야 하는 환자의 처지를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반면 대장암 수술에다 근감소증을 겪었던 여성 환자를 진료할 때면 마음이 흐뭇하다.
꾸준한 재활 치료와 맞춤형 운동으로 활기있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다. 무엇보다 체력이 좋아져 무기력증에서 벗어나고, 치료를 견뎌내는 힘도 생겨나 얼굴에 웃음을 되찾았다.
지난주 이 환자는 나와 면담을 마친 뒤 쿠키가 담긴 소박스를 슬그머니 내밀고 진료실을 나갔다.
포장지 겉면에는 환자가 직접 그린 우리 병원 로고와 감사 문구가 예쁘게 새겨져 있었다. 그분의 따스한 온기가 내 마음에 전해져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암환자들과 소통하면서 나는 행운아라는 것을 느낀다.
암에 걸려 죽음의 문턱까지 갔지만 좋은 치료환경과 적극적인 재활운동 덕분에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어서다.
나는 의사라서 암 관리에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었다.
또한 내 병원을 운영하고 있어 쉬고자 할 때 쉴 수 있었고, 일하고자 할 때 일하는 것이 가능했다. 잘 먹지 못할 때에는 수액도 쉽게 맞을 수 있었다.
이런 여건이 나의 회복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
그런데 이런 환경을 갖지 못한 암환자들에겐 미안하기도 하다.
조금이나마 마음의 빚을 덜고자 투병 경험을 글로 옮기게 됐다.
20회에 걸쳐 칼럼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응원과 격려를 받았다.
나로서는 암환자 및 그 가족들과 함께 암투병의 지혜를 나눌 수 공간이어서 행복했다.
특히 나에게 절실했던 ‘살아 있음’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다.
덤으로 사는 인생에서 암재활이 절실하게 필요함을 느낀다.
재활은 ‘다시 적합하게 하는 것’으로 암환자들의 일상 복귀를 도와주는 소중한 친구다.
미로같은 암재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운동이다.
나는 운동이 가져다 주는 효과를 온몸으로 느꼈다.
암을 이겨냈더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재발은 물론 사망률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만큼 운동은 암재활의 핵심 키워드다.
그리고 체력과 기력이 떨어진 암환자에게 운동의 시기와 강도를 조율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암재활 운동은 피트니스 운동이 아닌, 너무 무리하지 않게 너무 약하지 않게 조절된 운동이다.
지난달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 암당뇨운동의학센터와 MOU를 맺었다. 일종의 산학협력으로 암재활 운동에 도움을 받고 싶어서다.
암당뇨운동의학센터 전용관 교수(연세대 스포츠응용산업학과 교수)는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다나파버 암연구소 교환교수를 역임하는 등 암환자를 위한 운동프로그램 개발 전문가다.
MOU를 통해 암환자의 다양한 상황에 따른 운동 동작과 프로그램 등을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나는 의학적 관점을 더해 환자별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려 한다.
모든 암환자들의 공통된 소망은 ‘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암재활, 특히 운동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가교다.
이제 칼럼을 마무리한다.
그동안 관심있게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오늘도 암세포와 싸우고 있는 환자들의 빠른 쾌유와 일상 회복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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