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9세 손흥민 근육 보고 놀랐다…부상 빨리 터는 '셔츠속 비밀' [‘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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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진료실 담소)
칼럼2) ‘월클’ 손흥민에 대한 의학적 단상
1996년부터 축구국가대표팀 주치의로 22년간 활동한 이력 때문에 질문을 많이 받는다.
A매치 직관 느낌부터 대표팀 식단 및 부상관리, 경기 뒷이야기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단골 메뉴는 선수에 대한 궁금증인데 가장 핫한 인물은 손흥민이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을 한달여 앞두고 그가 안와골절 부상을 당했을 때 언론과 지인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다. 그의 월드컵 출전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의학적 판단은 수술대에 오르면 3~4주의 시간이 필요하기에 조별예선 마지막 상대인 포르투갈 경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그는 주장 완장의 책임감과 태극마크에 대한 헌신으로 통증을 참고 첫 경기부터 나와 16강의 기적을 연출했다.
하지만 월드컵을 마치고 소속팀으로 복귀한 뒤 득점력 빈곤에 시달리며 주춤거렸다. 이때 ‘손흥민의 전성기는 끝난 것인가?’ ‘다음 월드컵에서는 힘들지 않을까?’ 등 부정적 질문들이 이어졌다.
내 대답은 명료했다. 부진은 일시적인 것이고, 다음 월드컵에서도 에이스로서 제몫을 다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그의 부진은 선수 생명을 걸고 뛰었던 월드컵 후유증으로 인한 수순으로 판단된다.
축구 선수가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컨디셔닝(conditioning) 능력이 중요하다. 컨디셔닝은 심리적‧기술적‧육체적 상태의 균형과 향상을 이루는 것이다.
그의 부진은 바로 ‘컨디셔닝’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력이 좋아도 컨디션이 떨어지면, 실력은 다소 뒤지더라도 컨디션이 좋은 선수에 비해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을 현장에서 많이 지켜봤다.
의학적으로 볼 때 우선 그는 월드컵 기간에 100%의 몸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풀타임을 뛰었다.
또한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는 장시간의 비행에 피로도 누적됐다.
특히 기압의 영향 탓에 부상 부위의 상태 악화는 물론 정맥의 혈액순환도 느려져 컨디션 유지에 독으로 작용했다.
일례로 박지성은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뛰며 70번의 A매치를 치렀는데 장시간 비행으로 인해 무릎에 물이 차는 일이 빈번했다.
여기에 혹시 모를 부상 재발에 대한 트라우마도 남아있어 예전의 스피드와 날카로움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의 해법은 자신만의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기복의 늪에서도 최선을 다하며 묵묵히 버텼던 그는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첫 경기에서 기분좋은 2골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뒤 지난 8일 프리미어리그 개인통산 100호골도 터트리며 킬러 본능을 찾아가고 있다.
그에 대한 두터운 신뢰의 바탕에는 탁월한 근육 관리가 있다.
그와 주치의로 인연을 맺은 시점은 2011년 10월 브라질 월드컵 3차예선 UAE와 레바논 원정길이었다.
그해 첫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대표팀 막내로 선수들의 사랑방인 의무실에 자주 들렀다. 인사성도 밝고 붙임성 있는 성격에다 몸 관리도 스스로 알아서 척척 잘했다.
그의 나이가 19세였는데 근육이 또래의 국내 선수들과 차원이 달랐다.
부드럽고 탄력이 넘치는 등 근육의 질이 아주 뛰어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근육은 잘 다치지 않는데다 설령 부상을 당하더라도 회복이 아주 빠른 편이었다.
반면 어려서부터 성적을 위해 아파도 참고 경기를 뛰며 혹사당한 선수들의 경우, 근육이 뻣뻣하고 발목이 흔들리고 무릎 연골도 손상돼 수술대에 올라 단명하는 것과는 극명한 대조였다.
나중에 형편이 넉넉치 않은 손흥민의 유년시절, 중고차를 몰았던 그의 아버지가 기름값 다음으로 챙겨놓은 것이 마사지 비용일 만큼 근육 관리에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돌아보면 손흥민의 훌륭한 근육은 어릴때부터 경기 출전과 이기는 축구와는 거리를 둔 채 볼 컨트롤 능력 등 축구의 기본에만 몰두하며 관절들을 무리하게 쓰지 않고 보호한 것에서 출발한다.
기본기를 탄탄히 다진 뒤 슈팅 훈련 등 테크닉을 몸에 익을 때까지 무한 반복하는 노력을 더했다.
여기에 운동전후 마사지 등으로 근육을 철저히 관리해 왔기에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자양분이었다. 좋은 근육이 좋은 컨디션의 바탕이다.
손흥민을 통해 전해진 ‘기본’과 ‘열정’을 음미하면서 2026년 월드컵에서 그가 골을 터트리고 환호하는 기분좋은 장면을 잠시 상상해 본다. 〈나영무 솔병원 원장〉
- 3편에 계속 -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5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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