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사가 쉬라 했는데 더 아파요" 바이올린 연주자가 놓친 것 ['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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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진료실 담소)
칼럼7) 통증의 악순환 끊는 법 ‘쉬며 움직이며’
유럽에서 활동중인 바이올린 연주자 A씨가 내원한 적이 있다.
손목 통증 치료를 위해 서울에 온 뒤 두세군데 병원을 다녔지만 증세가 나아지지 않고 악화돼서다.
엄지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손목 부위가 아프고 시큰거려 악기를 잡지 못하고 있는 답답함도 호소했다.
그녀의 병명은 손목을 지나는 힘줄에 염증이 생긴 손목건초염, 이른바 드퀘르벵 병이다. 연습과 공연 등 오른손을 반복해서 사용한 것이 원인이다.
그동안 그녀는 ‘직업병이니 쉬는 게 상책이다’며 휴식 권고와 함께 스테로이드를 맞았다.
하지만 2~3일 가량은 괜찮다가 이후 통증이 다시 재발되는 악순환을 겪었다. 이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기만 했기 때문이다.
쉬게 되면 염증은 가라앉는 반면 근육은 더 약해지고 뭉쳐진다.
근육이 마르고 약해지면 힘줄에 염증이 다시 생겨 이전보다 훨씬 강한 통증을 불러온다.
쉬더라도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함께 해야 통증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일정이 바쁜 그녀를 위해 충격파 치료와 조직재생주사인 콜라겐 주사를 처방하고, 손을 합장한 상태에서 서로 미는 손목 힘줄 강화운동 등을 알려줬다.
이후 그녀는 3주간 휴식과 운동을 병행한 결과, 60~70% 회복세를 보인 뒤 유럽으로 건너갔다.
그녀에게 말한 ‘쉬며 움직이며’는 재활의학의 기본이다.
재활(再活)의 사전적 의미는 다시 활동하게 한다는 뜻으로 일상으로의 복귀를 목표로 한다.
재활의학의 태동은 전쟁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재활의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미국의 러스크 박사(Howard A. Rusk)는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군의관으로 자원해 부상당한 군인들을 치료했다.
당시 병상에 누워만 있는 환자들을 지켜본 그는 목발을 짚을 수 있는 환자들에게 걷기와 가벼운 운동을 시키며 신체 활동 능력을 키웠다.
그랬더니 병사들의 부상 회복 속도가 빨라 소속 부대로의 복귀율이 높아지게 됐다.
그는 움직여야 몸의 기능이 살아난다는 것을 현장에서 절실히 느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그는 장애가 남은 군인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재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했고, 세계 최초로 뉴욕대학에 재활의학과를 개설해 세계화의 씨앗을 뿌렸다.
이처럼 재활에 있어 중요한 것은 운동, 즉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이는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통증 뿐만 아니라 수술받은 환자나 암환자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단순명료하게 ‘와사보생(臥死步生‧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이다.
나 역시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수술과 독한 항암치료로 인해 한동안 누워만 있는 무기력증에 빠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가벼운 맨손체조를 시작으로 걷기와 근력 운동, 유산소 운동 등으로 면역력을 키웠더니 끈질기게 괴롭히던 암세포가 몸에서 사라졌다. 지금도 적절한 휴식과 운동으로 몸 관리를 꾸준히 하고 있다.
‘쉬며 움직이며’를 통해 많은 통증 환자들이 새로운 삶을 선물받게 되기를 기원한다.
〈나영무 솔병원 원장〉
-8편에 계속-
출저: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281130?lfrom=kak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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