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설마 그런 일 있겠나”…‘통증’ 무시한 축구·골프광 끔찍한 결과 [‘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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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진료실 담소)
칼럼 10) 아직도 여전한 내 몸의 ‘안전불감증’
사회적 재난이나 대형사고 이후 ‘약방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안전불감증(安全不感症)’. 말 그대로 사고나 재난으로 인한 위험과 피해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하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상태다.
이로 인해 소중한 인명피해와 트라우마, 경제적 손실 등 후유증도 상당하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난에 대한 경각심, 재난 예방과 대응 프로세스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중요하다.
범위를 축소해 ‘내 몸 사용설명서’로 돌려보면 안전불감증은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단어다.
몸이 보내는 통증 신호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몸을 아끼지 않다가 더 큰 화를 당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해운업에 종사하는 40대 한모씨가 무릎이 아파 내원했다.
축구광인 그는 그동안 운동을 하다가 여러번 다쳤음에도 무릎 통증을 참고 뛰었다. 검사 결과 반월상 연골판이 손상됐다.
이 부위는 허벅지 뼈와 종아리 뼈 사이에 있는 섬유성 연골 구조물로 무릎 관절의 충격을 흡수해 준다.
그에게 치료법을 설명한 뒤 “집에서 냉찜질과 탄력붕대로 무릎을 압박해 주고, 충분한 휴식과 함께 축구는 잠시 중단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그는 3일 가량 운동을 쉰 뒤 통증이 사라지고 걸을 만하니까 조기축구에 나가서 열정적으로 뛰었다.
상대방과 볼 다툼을 벌이던 중 갑자기 무릎 쪽에서 ‘퍽’하는 느낌이 들더니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손상된 연골판이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다가 더 크게 찢어지는 2차적 손상을 당한 것이다.
결국 그는 파열된 연골판이 관절 사이에 박히면서 무릎이 걸리는 잠김 증상으로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강모씨는 1주일에 한번은 골프 라운드를 즐기는 50대 사업가다. 허리 통증으로 치료를 받던 그가 어느날 “원장님, 중요한 골프약속이 있는데 통증도 많이 사라졌으니 필드에 나가도 되지 않느냐”고 물어왔다.
그에게 “아직은 조금 무리이니 참으시면 좋겠다. 살살 스윙하면서 한다고 해도 허리에 갑자기 부담이 갈 수 있다”고 만류했다.
고개를 끄덕인 그는 골프 약속을 취소했지만 1주일을 참지 못하고 필드로 나갔다. 전반홀을 마치고 후반홀에서 티샷을 한 순간 허리에서 강한 통증과 함께 한동안 꼼짝을 하지 못했다.
디스크가 찢어져 생긴 틈 사이로 수핵이 빠져 나오는 추간판(디스크) 파열과 탈출 때문이었다.
골프는 허리를 회전하면서 백스윙에서 피니쉬로 이어지다 보니 척추에 상당한 스트레스가 가해지는데 이를 버티지 못하고 터져서 흘러나온 것이다.
결국 그는 라운드를 중단하고 병원 응급실 신세를 져야 했다.
두 사례에서 우리 몸은 ‘통증’을 통해 먼저 신호를 보내준다. 즉,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경고음을 울려준다.
경고음에 경각심을 갖고 대비하지 않으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사실 통증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몸이 약해졌으니 무리하지 말고 잘 돌봐라’는 일종의 사인이다.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느냐’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더 큰 화를 당하고 난 뒤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다.
바디 사인에 귀를 기울이면서 적절한 대처로 자신의 몸을 아끼고 챙기는 것이 건강하게 사는 지름길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내 몸의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나영무 솔병원 원장〉
-11편에 계속-
출저: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285807?lfrom=kak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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